조용히 계속하는 사람

작가명 : 브랜든 최

출판일 : 2026.05.20

판 형 ㅣ 120 x 180 mm

쪽 수 ㅣ 352

가 격 ㅣ 19,000

 

 

 

책 소개

세상의 박자에 지치고 불안해하는 당신에게,

브랜든 최가 먼저 통과해 온 ‘쉼표의 기록’

잘 버틴 당신에게 필요한 건 더 큰 의지가 아니라,
다시 숨 쉬는 법이다
과속사회, 능력주의, 번아웃 세대와 같은 말들이 난무하는 요즘, 우리는 그동안 잘 사는 법보다 버티는 법을 먼저 배워왔다. 이렇듯 성과와 속도를 미덕으로 삼는 시대에, 한 음악가가 자신의 무너지고 소진된 신체를 통해 삶의 리듬을 다시 묻는다. 더 빨리 달리라고 말하는 사회 앞에서, 잠시 멈추고 숨을 고르는 일이야말로 자신을 지키는 방식이라고 선언하면서.
《조용히 계속하는 사람》은 한국인 색소포니스트 최초로 미국 링컨센터에서 리사이틀을 개최한 브랜든 최가 음악을 사랑하던 어린 시절부터 무대 위에서의 실패, 뜻밖의 병마와 회복, 그리고 삶의 속도를 다시 조율하기까지의 시간을 따라가는 에세이다. 전축 앞에서 노래를 따라 부르던 소년은 고등학교 시절 색소폰을 만나 자기 안의 목소리를 되찾고, 주변의 반대와 첫 무대의 실패를 지나며 음악가의 길에 본격적으로 들어선다. 이후 끊임없는 연습과 녹음, 새로운 기회가 된 군악대 생활과 유학 시절, 예술의전당 공연과 국제 무대의 경험은 그에게 재능보다 중요한 것이 매일의 기록과 태도임을 가르쳐준다. 그러나 한국 클래식 시장에서 색소폰은 여전히 낯선 악기였고, 그는 성공한 색소폰 연주자이기 이전에 한 명의 인간으로서 자신의 가능성을 끊임없이 증명해야 했다.

그렇게 앞만 보며 “멈추면 내가 사라질 것 같은” 기분으로 달려가던 어느 날, 갑작스레 다가온 암 진단은 그의 삶을 멈춰 세우고 “나는 내 몸이 감당할 수 있는 속도로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남긴다. 수술과 회복의 시간을 지나며 저자는 성공을 향한 속도보다 삶을 지속하게 하는 호흡, 루틴, 몸의 감각, 관계의 균형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후 그는 음악가이자 교육자, 기획자, 공간을 만드는 사람으로 자신의 세계를 넓혀가며 예술이 무대 안에서만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삶의 태도 속에서 자란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한 예술가의 성장담이자 투병기이면서, 동시에 너무 오래 애써온 사람들에게 잠시 멈춰 자기 자신에게 괜찮냐고 묻게 하는 회복의 호흡법이다. 더 빨리 증명하고 더 많이 이뤄내야 한다는 압박 속에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저자는 삶은 속도가 아니라 리듬이며, 잠시 숨을 고르는 일도 충분히 용기 있는 선택이라고 담담히 이야기한다.

 

 

 

책 속으로

 

“관악기 연주자에게 호흡은 기술이 아니라 조건이다. 호흡이 흔들리면 소리가 흔들리고, 소리가 흔들리면 마음이 먼저 무너진다. 나는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무대에서는. 음악 안에서는. 하지만 내 삶에서는 끝까지 무시하고 살았다. 숨을 고르지 못한 채 다음 일정으로, 다음 목표로, 다음 무대로 나를 밀어 넣었다. 멈추면 불안했기 때문이다. 멈추면 내가 사라질 것 같았다.”
_프롤로그 중에서

“그런데 지금 돌아보면 안다. 한 번 사랑한 음악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가 잊어버린 것 같아도 음악은 우리 안 어딘가에서 아주 조용히, 그러나 끊임없이 숨을 쉬며 다시 불러낼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소리가 멈춘 게 아니라, 잠시 낮아졌을 뿐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언젠가 그 소리는, 가장 정확한 순간에 다시 우리를 깨운다.”
_〈전축 앞에 살던 아이〉 중에서

“무대를 완전히 망쳐본 사람만이 아는 것이 있다. 무대는 쉽게 서는 곳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시간과 공간이 한순간 교차하며 만들어지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자리라는 사실. 그 무게를 몸으로 배운 사람만이 무대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그 첫 실패가 없었다면 나는 지금의 내가 아니었을 것이다. 실패는 처음엔 창피함의 얼굴로 나타나지만, 시간이 지나면 방향이 된다.”
_〈첫 공연, 첫 무대, 실패의 기억〉 중에서

“그 노트에는 날짜와 요일, 기초 연습부터 시작해서 롱톤 1시간, 스타카토 30분, 스케일 30분, 음정 연습 30분까지 빼곡히 적혀 있었다. 숨소리까지 들릴 것처럼 정직한 기록이었다. 그때 처음으로 깨달았다. 사람의 실력은 감정이 아니라 기록이 증명한다는 것을. 그날 나는 문방구로 달려가 노트를 샀고, 그대로 연습일지를 쓰기 시작했다.”
_〈하루를 기록하는 사람〉 중에서 

 

 

 

 





 

 

저자 소개

브랜든 최

브랜든 최는 고독한 예술가다. 고독이란 자기 자신으로서 고아하게 홀로 설 수 있는 상태, 혼자이기 때문에 공허한 것이 아니라, 혼자이기 때문에 비로소 가득 찬 상태를 의미한다. 소리가 태어나기 전, 악기를 들기 전, 무대에 오르기 전, 그는 먼저 자신의 내면을 마주한다. 화려한 무대 뒤에도, 조명이 꺼진 뒤에도, 혼자 남아 자신의 소리를 듣는다. 그 고요한 자리에서 음악이 시작된다는 것을 그는 안다.

 

프랑스 리옹 국립음악원과 미국 신시내티 음악대학에서 수학하며 한국인 최연소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국내 클래식 색소포니스트 최초로 미국 링컨센터에서 리사이틀을 개최했다.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와 협연하고, KBS 교향악단·국립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무대를 함께하며 세계 곳곳에서 클래식 색소폰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왔다.
2022년, 갑상샘암 수술을 받은 이후 삶이 바뀌었다. 누구보다 빠르게 달려온 사람이 처음으로 멈춰 섰다. 소리를 잃을 수도 있었던 그 시간 동안, 그는 오히려 호흡의 의미를 처음부터 다시 물었다. 그 물음에서 글이 시작되었다. 명상과 움직임, 그리고 뇌과학을 파고들며 몸과 마음을 다시 세우는 과정에서 쓴 글들이 이 책의 뿌리다.
현재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에서 강의하며, 내면소통연구소 패컬티로서 음악과 내면의 언어를 나누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사단법인 클래식색소폰협회 협회장, 브랜든 색소폰 오케스트라 예술감독 겸 지휘자로도 활동 중이다. 

 

《조용히 계속하는 사람》은 그의 첫 번째 에세이다.